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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굴전문기관의 정체성 문제

2007-02-28 00:00:00
조회 824

 

발굴전문기관은 1994년에 시작된 영남문화재연구원을 필두로 현재 대략 40개의 기관이 만들어져 있고, 우리나라 발굴의 80%를 담당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 대학박물관이 일부 연구원들과 학생들을 동원하여 발굴조사를 하였으나 1990년대 국토개발이 가속화되면서 대규모 발굴이 이루어졌고, 대학 박물관으로서는 감당할 수 없게 되자 발굴전문기관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발굴전문기관의 형태는 다양하지만 문화재청이나 지자제의 허가를 얻어 비영리기관으로 출발하였다. 이것이 2000년 초반에 국세청의 판단에 의해 법인세를 내게 되었고, 2006년 8월에는 국세청 심판원의 판단에 의해 부가세를 내는 기관으로 변모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지켜보면 그 형태가 비영리법인으로부터 점차 영리법인으로 변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런데 발굴전문기관은 매장문화재를 전적으로 발굴조사하고 연구하는 기관이다. 발굴된 매장문화재가 국가의 소유이기에 발굴기관은 조사하는 과정과 보고서를 쓰는 과정에서 필요한 비용을 공사의 주체(사업체)로부터 받게 된다. 또 국가로부터 직접적인 지원이 없는 관계로 순순한 조사비만 받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어쩌면 대학박물관이 조사하는 경우에 비해 그 경비가 더 증가될 수밖에 없다.

발굴과정은 통상 건축이나 토목 공사와 다르면 같은 문화재를 다루는 문화재 보수공사나 복원 공사와도 성격이 다르다. 발굴과정에 참여하는 연구원들의 단순한 노동력을 담보로 하는 것이 아니라 발굴조사를 하는 과정과 보고서를 쓰는 과정에서 다양한 분석과 연구를 동반하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발굴은 단순히 매장문화재를 찾는 과정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얻어지는 자료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고대문화를 복원하는 작업, 즉 고고학의 연구작업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러한 이유 등으로 발굴전담기관은 영리법인이 되어서는 아니 된다.

그런데 최근 모 기관을 수사하는 검사의 인식은 비영리기관이기에 어떠한 이윤도 남겨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다. 법인세를 내고, 부가세를 내는 기관에게 어떠한 이윤도 남기지 말라는 것이 타당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또 연구원들에게 일정한 급여를 주지 않고 어떻게 발굴조사와 연구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도 역시 의문이다. 발굴기관 스스로 비영리기관을 자임하여 발굴비를 정산해 주고 있는 관행이 우리의 발목을 잡게 된 것이다.

일부 사람들은 차라리 영리법인으로 문패를 바꾸어 달자고 한다. 지당한 말씀이다. 그렇다면 검사의 말과 같이 이윤을 남겨도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영리사업자로 갈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발굴기관이 영리법인이 된다면 어찌 발굴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발굴조사과정에서 자료를 분석하고, 연구하는 풍토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니 영리법인으로 변모하였을 때 매장문화재를 지키고, 아끼는 정신이 남아있을지 모르겠다. 결국 영리사업자가 된다면 회계부분의 부담을 줄일 수는 있으나 우리나라 고대문화를 연구해야 하는 고고학이라는 학문의 근간은 무너질 수밖에 없게 된다.

발굴전문기관이 우리의 문화재를 연구하면서 학술연구라는 화두를 놓치게 되면 사업자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지금 발굴전문기관은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즉 사업자로 추락하는가 아니면 연구기관으로 남을 것인가이다. 발굴전문기관이 연구기관으로 남기 위한 노력이 경주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법적인 뒷받침도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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