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적의 정비복원에 대하여

                 유적의 정비복원에 대하여

국가 및 지방 지정문화재 정비복원에는 매년 많은 사업비가 사용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고고학 유적의 정비복원과 관련된 몇 가지 문제를 지적해 본다. 우선 유적의 정비복원과 관련되어 사전 발굴조사 작업은 과거 10년 전에 비하면 비교적 철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 이전에는 학술조사를 배제한 채 성곽의 복원, 고분의 복원 등 유적의 정비복원사업이 무계획적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도 유적의 정비복원사업은 여전히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책이 이루어져야 한다. 즉 사전 발굴을 철저히 하여도 유적의 정비복원과정에서 배제되어 버린다면 많은 비용을 들인 발굴조사가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제도적인 문제점이 있다. 이것은 유적의 발굴조사에 참여한 발굴조사기관이 유적의 정비복원을 위한 설계 및 시공 과정에서 거의 참여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유적의 발굴조사는 지자체가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발굴조사기관에 의뢰한다. 그리고 유적의 정비복원을 위한 설계는 지자체가 문화재 설계회사에 의뢰하고 문화재청의 심의를 받아 시공회사로 하여금 시공하게 한다. 이 과정에서 서로 연결시켜주는 고리가 미비하다.

만약 학술조사와 복원사업이 따로 이루어진다면 수많은 경비를 들어 발굴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러한 문제점은 수십 년 전부터 수정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은 문화재 설계과정에서 충실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과 사전에 발굴조사한 기관과의 유기적인 협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를 관리하는 지자체에는 전문가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 그 밖에 유적 복원 예산이 미리 확보되어 있어 너무 서두는 것도 문제이다.

이들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이 지켜져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만들어져야 한다.

첫째, 유적의 복원은 철저한 학술조사를 바탕으로 하여야 한다.

둘째, 유적의 설계과정에서 충분한 연구가 이루어져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설계팀과 학술조사팀과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셋째, 설계과정에서 유적의 성격을 잘 아는 사람들의 자문을 받아야 한다.

넷째, 시공과정에서도 발굴조사팀, 설계팀, 자문위원들이 유기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제도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절차는 복잡하고 번거롭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수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유적의 정비복원에 신중하지 아니하면 잘못된 정비복원이 반복되고 말 것이다.

그리고 유적에 위치하는 전시관의 건립도 똑 같은 잘못을 범하고 있다. 국립박물관의 경우에는 많은 학예연구원들이 관여하고 있기에 좋은 전시를 기획할 수 있으나 지자체에서 만들어지는 전시관의 설립과정에서는 전문가가 참여할 여지가 아주 적다. 또 유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설계자가 충분한 연구 없이 설계가 이루어질 수 있어 유적의 정비복원과 마찬가지로 엉뚱한 결과를 초래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역시 유적을 잘 아는 관련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야 한다. 아니면 전시설계나 전시시공 과정에서 유적을 가장 잘 아는 연구기관에 의뢰하여 단순한 자문의 차원에서 벗어나 전시방향을 함께 연구하는 방안도 강구되어야 한다. 이와 같이 유적의 정비복원이나 전시관의 설립은 결코 고고학과 관련되지 않는 영역이 아니므로 고고학 연구자들은 적극적으로 참여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