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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납토성과 경주경마장

2001-05-18 00:00:00
조회 526
경주 경마장 부지와 서울 풍납토성 내부 재건축부지에 대한 보존 방침이 결정됐다. 경마장 건설의 백지화는 천년 고도를 보존하 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지역개발의 좌절로 오랫동안 고통 받던 경주 시민들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정일 것이다. 상처 받은 경주 시민들의 마음을 달래줄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풍납토성 보존은 작년에 끝난 일인데 또 무슨 일인가 의아해하 는 분들이 많겠지만, 유적훼손 행위와 백제왕성 논쟁으로 국내외 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유적은 경당지구이고, 이번에 보존조 치된 곳은 인근의 외환은행과 미래마을 재건축 부지이다. 경당지 구 조사 이후 토성 내부의 재건축 사업에 제동이 걸렸지만 조합 원들의 간청에 의해 유적 존재 여부만을 확인하는 시굴조사가 실 시됐고, 그 결과를 토대로 최종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재건축 조합원들에게는 당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느 날 갑자기 자신들이 살고 있는 땅이 백제 왕성이라고 언론에 대서특 필되더니 이젠 재산권 행사에 방해를 받게 된 것이다. 토성 내부 에 거주하는 4만의 일반 주민들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땅값 하락과 부동산 거래 위축이 눈앞에 보이기 때문이다. 보상을 해 주거나 주민들을 이주시키면 될 것 같지만 문제는 간단치 않다. 토성 내부 면적의 1%에 불과한 경당지구에 대한 보상도 보존조 치 이후 9개월이 되어가는 이제껏 집행되지 못했다. 대통령이 유 례가 없을 정도의 관심을 가지고 주민들에 대한 충분한 보상과 유적의 보존을 특별 지시했고, 힘있던 당시 장관이 구체적 방안 까지 누차 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문화재위원회의 이번 결정은 많은 고민 속에서 이루어졌을 것이 다. 그렇다면 이 정도의 고통을 감내할 정도로 풍납토성 보존은 가치있는 일인가? 필자는 경당지구 조사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 지 1년 반의 세월을 때로는 주민들과 충돌하고, 때로는 울분을 공유하며 보냈다. 실타래처럼 얽힌 문제들로 곤욕을 치르기도 하 였다. 후유증도 심각해서 학교 박물관은 재정적 피해, 막대한 유 물의 보관, 많은 비용이 투입되어야 될 학술보고서 발간이라는 숙제를 안게 되었다. 하지만 현 상태에서 내릴 수 있는 답은 “그래도 풍납토성의 보존은 가치 있고 필요한 일”이란 것이 다. 한 가지만 예를 들자면 풍납토성에서 중국 도자기, 영남지 방 가야토기, 일본 토기가 다량 출토되는 사실은 3세기 후반 이 후 백제가 동아시아 교섭의 중심으로 발돋움하고 있었음을 입증 한다. 이러한 국제적 위상은 국가적 발전 없이는 불가능하며, 그 상징물이 폭 40m, 높이 10m가 넘는 웅장한 성벽이다. 이렇듯 중요한 유적이 인멸되면 앞으로의 연구는 원천적으로 불 가능해진다. 이번 조치가 갖는 의의가 여기에 있다. 이제부터는 토성 전체에 대한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수립되어야 한 다.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하여 토지를 매입하고 단순한 공터 로 전락시키기보다는 석촌동고분군·몽촌토성 등 주변유적과 함 께 교육과 연구의 장으로 삼고, 강남의 각종 위락시설과 연계한 관광상품화도 고려해 볼 만하다. 아울러 주민들에 대한 합리적 보상을 위해 관련부서 담당자들로 구성된 책임있는 대책기구를 만들어 예상되는 사안들을 신속히 처리하여야 한다. 풍납토성과 경주의 보존은 우리 세대에게 내려진, 괴롭지만 피 할 수 없는 운명이다. 국민들은 이 문제를 남의 일로 생각하지 말고 재원 마련에 기꺼이 동참할 각오를 가져야 한다. 민족 공동 의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한 이번 결단과 앞으로의 노력은 우리 의 문화역량을 시험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 한신대 국사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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