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적의 보호 및 발굴제도의 전면적 재구축 요구' 합동 성명서

문화유적의 보호 및 발굴제도의 전면적 재구축 요구

  한국고고학회와 지역고고학회, 그리고 다수의 고고학, 역사학 관련 학회의 회원들은 최근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문화유적의 불법적 파괴행위에 경악을 금치 못하는 심정임을 밝히는 바이다. 이는 문화유적의 보호에 대한 제도적 장치마련의 미비가 불러온 참상일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차제에 민족의 미래자산인 문화유적의 보호와 조사에 관한 제도의 전면적 재구축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지난해에는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시행한 안동-영주 도로건설 시에는 유물산포지에 대한 불법적인 공사시행이 발각되었고, 고령 본관동의 가야고분 20여기는 지자체의 불법적 사업추진과 허가로 궤멸적인 훼손을 입었다. 또한 구미 무을면 송삼리 일원에서는 7만여㎡에 달하는 면적에 산재한 신라고분이 국고지원 사업의 수행과정에서 파괴가 이루어졌다. 이미 발굴조사가 예정되어 있던 사적 제536호 안성 도기동산성 유적(약 7,536㎡)마저도 사업시행자에 의해 무참히 파괴되는 경악할 사건이 발생했으나 고의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리되었다.

  지방자치단체의 부적절한 문화재 관리와 국가 당국의 이해할 수 없는 법적 조치는 문화재 파괴를 조장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할 것이다. 국민의 공공재인 문화재를 지키지 못하는 국가와 지자체의 나쁜 제도는 반드시 척결되어야 할 적폐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 학회는 지금도 자행되고 있을지 모를 문화유산의 불법적 파괴를 방지하기 위한 중앙정부의 대책 수립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바이다.

  첫째, 문화유적은 공적 자산이기에 그 보호와 보존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숭고한 책무라는 인식을 환기할 것을 강하게 요구한다. 문화유적의 보호와 체계적인 학술 발굴이 정부 국정운영의 후순위가 되어서는 안된다. 특히 지역개발을 빌미로 공적 기관에 의한 문화유적 파괴행위가 이어지는 것과 관련하여 정부의 특단의 노력을 요구한다.

 둘째, 문화유적 파괴를 방지하기 위해 보호제도와 발굴 조사제도를 전면적으로 재구축할 것을 요구한다. 무엇보다도 문화유적의 보호와 발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반국민의 재산 손실을 보전할 수 있도록 매장문화재부담금제도의 긴급한 도입을 요구한다.

  셋째, 현재 년 1조원 미만인 문화재청 2020 회계년도 예산을 적어도 정부예산의 1%인 년 4조원까지 올리도록 해야 한다. 문화재보호라는 공익을 내세워 국민에게만 재산 피해를 감수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문화유적이 공공재라는 인식의 대전환을 위해서는 반드시 선결되어야할 조건이다.

  넷째,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형질변경을 수반하는 모든 개발사업은 사전에 문화유적과 관련된 부서의 검토를 받도록 행정제도를 개선 보완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문화유산보호와 체계적 발굴의 강화라는 관점에서 국가사업의 추진 시 관계부서의 사전 협의와 조치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제도를 보완하고 감독을 강화하여야 하며, 책임 여부를 명확하게 하여야 한다.

2019 . 6. 12.

한국고고학회, 한국고대사학회, 한국대학박물관협회, 한국상고사학회,

영남고고학회, 중부고고학회, 호서고고학회, 호남고고학회 회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