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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행본

한국 고고학의 일 방향

2008-10-01 00:00:00
조회 704

• 판  형 : 신국판

• 페이지 : 352쪽

• 가  격 : 22,000원

• 발행일 : 2008년 9월 24일

• ISBN : 978-89-5508-164-0 93910



 책을 내면서


이 책에 실린 논문들은 필자가 미국의 오레건 대학교 인류학과(Department of Anthropology, University of Oregon)에서 작성한 박사학위 논문에 근간을 두고 있다. 필자가 1995년 박사학위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한 원로 고고학자께서 학위 논문을 정리해서 빨리 책으로 내라고 다그치셨다. 필자도 전혀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처음 한 해 동안은 시간 강사 생활을 하느라 바빠서 엄두를 내지 못했다. 요행히 이듬해 자리를 잡았지만 강의의 부담도 컸고 또 몇 개의 지표조사와 발굴을 하게 되면서 바빠져서 도저히 학위 논문에 손 댈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다만 시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운용한다는 차원에서 학위 논문의 개별 장들 중에서 서구 고고학계에서 현안문제가 되고 있는 주제를 수정·보완하여 영문 학술 잡지에 게재하였다. 중요한 것은 외국에서 공부하면서 서구 고고학계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패러다임이나 이론, 혹은 연구 주제들 중에는 나만의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것들도 있다는 것을 느낀 점이다. 학위 논문은 이들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었는데, 이를 서구의 학술 잡지에 게재하여 보기로 마음먹었다.

또 한 가지는 미국에서 오랫동안 공부를 하고 돌아왔으니 영문 학술 잡지에 논문 한 두 편 게재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하는 체면 유지의 차원도 있었다. 그래야만 박사학위 논문의 내용도 어느 정도 객관적인 평가를 받지 않을까 생각했다. 근래 한국의 각 학문 분야에서 전념하고 있는 사회과학논문색인(Social Sciences Citation Index, SSCI) 등재학술지에 논문을 싣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하였다. 몇 몇 학술지에 보낸 논문들 중에는 비교적 쉽게 채택이 된 것도 있다. 하지만 ‘Service의 사회발전도식에 대한 재검토’에 관한 논문은 2005년 Arctic Anthropology에 게재되기까지 무려 14년이나 걸린 것도 있다. 이 논문을 최초 1992년 4월 미국 세인트 루이스에서 개최된 제58회 미국 고고학 정기 총회에서 발표한 이래 여러 영문 학술지에 제출했으나 퇴짜를 맞았다. 그러는 사이에 수정과 보완이 계속되었으며, 필자가 2004년 가을 학기 프린스턴 대학 고고미술사학과(Department of Art and Archaeology, Princeton University)에 객원교수로 있는 동안 다소 시간적 여유가 생겨 논문을 매듭지을 수 있었다. 왜 이런 고행을 하는지는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박사학위 논문과 외국학술 잡지에 게재한 것 중에는 먼저 우리말로 번역해서 한국의 학술잡지에 실은 것도 있었으며, 두어 편은 본래 영문 내용을 근간으로 수정·보완하여 영문 학술 잡지에 게재한 것도 있다. 이렇게 잡지에 논문을 게재하는 동안 영문으로 작성된 논문의 내용에는 큰 변화가 없었으나 우리말로 번역 한 논문은 원래 박사학위 논문 내용과는 좀 다른 방향으로 간 것도 있다. 이것은 서구와 한국 고고학 사이에 내재되어 있는 학문적 분위기와 연구의 방향, 주제가 다소 다른 측면이 있거나 고고학자들의 관심이 다르기 때문에 온 것이라고 보면 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표절’의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이러한 표절 시비는 근래 심각한 상황까지 이르렀다는 것은 모두 아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학계의 일각에서는 본인의 글이라고 하더라도 동일한 논문 혹은 유사한 내용의 글을 이중삼중으로 게재하는 것에 대하여 심지어 ‘자기 표절’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런 판국에 과거에 출판된 논문들을 다시 엮어 책으로 내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크다. 그래서 이 책의 내용을 ‘자기표절’이라고 한다면 달리 할말은 없다. 그러나 필자는 ‘연구업적’의 점수 때문에 과거 논문을 다시 낼 만큼 벌써 절박한 지경에 이른 것은 아니다. 어디서 연구비를 받았다거나 혹은 이 책으로 경제적 이득을 보려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부담 없이 책으로 내기로 하였다.

필자의 경우 미국에서 고고학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고고학과 인류학에 대한 이론과 방법론을 접해 왔다. 이러한 미국 유학에서의 학문적 배경을 토대로 한국의 역사·고고학을 연구하는데 접목해 보고자 시도하였다. 따라서 구태여 필자가 연구하는 이론과 방법론이 옳기 때문에 그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한 적도 없고 주장할 일도 없다. 다만, 학계의 일부 혹은 소수가 필자의 논리 전개 방식에 관심을 두고 ‘아, 저렇게도 고고학을 연구할 수가 있구나’ 정도로만 생각하면 된다. 특히, 결론을 중시하기보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논리적인 과정에 크게 중점을 두는 것이 필자의 한결같은 기본 생각이다. 또 필자는 서구의 여러 가지 인류·고고학 이론들을 소개하는 차원에서가 아니라 우리나라 역사 및 고고학 자료를 토대로 이를 분석하여 그 결과를 토대로 서구 이론의 적합성 여부를 어설프게나마 검증하도록 하였다.

이 책의 제목을 ‘한국 고고학의 일 방향’으로 선정한 이유는 간단하다. 학문, 특히 과거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접근하는 데는 여러 가지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많은 학자들이 역사와 고고학을 연구해 오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는 한국의 선사 및 역사시대의 여러 분야에 걸쳐서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다. 그리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이 학문하는 방식이나 방향이 아니라 다른 길을 개척해서 갈 수도 있다는 의미에서 붙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특정한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서 갈 수 있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다. 고고학도 마찬가지이다. 과거에 관심 있는 고고학이나 역사학이 갈 수 있는 길은 고고학자나 역사학자만큼 많고 다양할 수 있다. 따라서 내가 가는 길이 유일한 길이고 좋은 길이고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좋기는 하나 위험할 수 있다. 따라서 그 길만이 확실한 길이어서 내가 가는 길로 모두 따라 오라고 결코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다만 이런 방향으로 몇 사람은 가보는 것도 변화를 위해서는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할 뿐이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어떨 때는 기대했던 시간 보다 더 걸릴 수도 있겠지만, 밝혀질 것은 밝혀질 것이기 때문이다.

혹시 이 책에서 고고학을 하면서 필자가 제시한 하나의 방향이 한국 고고학의 발전에 다소나마 기여하게 된다면 큰 다행으로 생각하겠다.


2008년  8월

경주 효현동 산장에서

강봉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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