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문토기의 성립과 계층사회

이 책은 한반도의 청동기시대를 가리키는 무문토기문화의 성립과정과 성격을 밝히기 위한 것으로, 남북한 무문토기의 편년과 병행관계의 설정, 토기와 석기를 통한 문화적 계통의 파악, 그리고 위세품과 분묘를 통한 사회적 성격 규명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시간적으로는 신석기시대 말기를 일부 포함하여 주로 청동기시대 조기～전기를 대상으로 하며, 공간적으로는 남한과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전역과 중국동북지방도 일부 포함하였다.

한반도 무문토기문화의 성립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북한 무문토기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남한 무문토기의 성립과 전개를 논하는데 있어 북한 무문토기의 영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남한 무문토기문화의 경우 북한과의 관계는 물론, 남한 재지의 신석기시대 전통도 함께 고려하면서 그 성립과정을 검토하였다. 또 조기 이후 전개되는 전기 무문토기문화에 최근 중국동북지역과 관련된 외래계토기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를 집성하여 검토함으로써 요동지역과 남한 전기무문토기와의 병행관계 설정도 시도해 보았다.

이와 같은 무문토기문화의 편년과 계통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해서, 위세품과 분묘에서 드러나는 무문토기사회의 특징에 주목하였다. 특히 ‘石劍의 出現’, ‘墳墓 築造의 始作’, ‘武器의 副葬’이라는 세 요소를 전기 무문토기사회의 성격과 관련된 특징적인 현상으로 파악하면서, 농경사회의 발달과 그에 따른 계층사회의 형성과 전개라는 시각에서 바라본 연구서이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이 책의 학술적 의의는 크게 다음의 세 가지로 표현할 수 있겠다.

첫째, 선사시대 연구에서 가장 까다로운 분야라고 할 수 있는 신석기시대에서 청동기시대로의 전환기를 대상으로 고고학적으로 충실하게 검토함으로써, 청동기시대 개시기의 양상을 구체화하였다.

둘째, 북한의 지역별 무문토기 편년과 지역간 병행관계를 검토하고, 나아가 요동반도와 남한 무문토기 편년과도 비교함으로써, 요동반도에서 한반도 남부까지를 포함한 청동기시대 편년체계의 수립을 시도한 점이다. 이제까지 동북아시아를 대상으로 한 고고학 연구는 주로 ‘중국동북지방～연해주 남부～북한’까지가 주 대상이었던 반면, 한반도 남부는 소외되어 온 경향이 있었는데, 이 책에서는 최근 자료가 폭증하는 남한의 자료를 중시함으로써, 동북아시아고고학에서 남한 고고학의 역할을 상기시키고자 하였다.

셋째, 고인돌로 대표되는 분묘와 청동검으로 대표되는 위세품을 통해 청동기시대 계층사회의 형성과 전개과정을 고고학적으로 꽤 상세하고도 명료하게 접근하였다는데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