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자와 일본의 식민지 통치

일제 강점기 조선을 조사한 인류학자의 조사일기가 한국어로 번역･출간되었다

  국내의 고고학, 인류학과 민속학계에는 도리이 류조(鳥居龍藏)보다는 ‘조거용장’으로 더 알려져 있는 근대 일본의 인류학자.

  그는 일본 근대 고고인류학의 역사상 소학교 2학년 중퇴가 그의 학력의 전부임에도 불구하고 16세에 동경인류학회에 가입하여 1953년에 생을 마칠 때까지 약 60여 년 동안을 요동반도를 비롯하여 대만, 만주와 몽골, 시베리아, 사할린, 조선, 일본 등 동북아시아 전체를 발로 밟으며 고분을 발굴하고 그 해당 지역의 민족 및 문화를 조사･연구하여 그 연구 성과를 내놓아 일본 근대인류학의 기초를 구축하는 데 큰 족적을 남겼을 뿐만 아니라 51세에 동경제국대학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고 그 대학의 조교수에 임용되었으나 2년도 채 안 되어 또 다시 현지조사에 착수하여 생을 다할 때까지 제국주의의 학자로서의 소명을 다한 인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는 일본의 제국주의가 가는 곳에는 따라가서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조사를 수행하였다.

  이번에 국내에 역주와 함께 번역 소개된 그의 책은 구체적으로는 1919년 6월부터 12월까지 시베리아, 북만주에 대한 조사와 1920년 6월부터 8월 3일까지 북사할린 조사 시에 적은 도리이의 일기이다. 이 책의 제1장부터 제14장까지는 동부 시베리아 조사일기이며 제15장부터 제20장까지는 북사할린 조사일기이다. 부록 2편은 시베리아, 북만주, 북사할린 조사를 모두 마치고 1921년 11월 11일 제국학사원(帝國學士院) 총회에서 행한 강연과 같은 해 12월 수교사(水交社)에서 설립한 유종회(有終會)에서 행한 강연 내용을 수록한 것이다. 

  이 책을 번역한 최석영 박사(대학 강사)는 일제 강점기 조선에서 활동한 일본의 인류학자와 고고학자들과 식민지통치와의 역사적 관련성에 대해 연구하면서 도리이 류조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는 이 책이 가지는 학술적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요약한다. 첫째는 일제의 군사력이 미친 지역의 민족을 인류학자가 어떠한 연구목적(의식)과 방법을 가지고 연구하였고 그것이 그들이 생산한 문화상과 어떠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둘째는 도리이가 조사한 1919년 당시의 일본군의 상황뿐만 아니라 러시아 각 민족의 정치ㆍ경제ㆍ문화적 상황을 보여주고 있으며 시베리아 조사 1년이 지난 후 1919년 6월에 조사했던 지역의 변화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일제 강점 하에서 조선인의 시베리아 강제이주의 역사, 조선인들의 거주분포와 생활상태 등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일독의 가치가 있다.

  마지막으로 도리이는 현지를 조사하면서 반드시 그 지역에 있는 박물관을 방문하여 진열되어 있는 유물들을 관찰ㆍ조사하였다. 이 점에서도 러시아의 박물관 역사와 관련해서 참고가 될 만하다. 특히 블라디보스톡박물관과 하바로프스크박물관에 대한 도리이의 묘사는 구체적인 것이기 때문에 오늘날 해당 박물관의 역사를 고찰하고자 할 때 참고가 될 것이다. 

  이 책의 발간을 계기로 일제 강점상황에서 어떠한 문화적 지식들이 ‘생산’되었는가, 그 ‘정치학’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연구를 기대해 본다. 연구업적도 되지 않는 학문적 풍토는 이와 같은 번역서의 발간은 반가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