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의 선사고고학>>

대륙 속 미지의 先史를 탐험한 학문 친연의 대륙이라는 생각 우리는 시베리아를 흔히 친척의 인연이 닿는 대륙쯤으로 여긴다. 어 릴 때 학교에서 처음 들었을 알타이어족(語族)이라는 희미한 기억 때문 일 것이다. 그 알타이는 몽골과 중국 신강성(新疆省)북쪽이 맞닿은 남 시베리아에 있다. 우랄산맥 동쪽으로부터 시작한 자우랄에 이어 서시 베리아가 자리했고, 그 아래가 남시베리아다. 초원의 스텝과 평지의 수 풀 타이가로 이루어진 대평원지대 서시베리아와는 달리 알타이공화국 이 있는 남시베리아에서는 만년설을 머리에 인 알타이산맥의 영봉들 이 보인다. 그리고 서시베리아에서는 동시베리아의 바이칼호를 지나 극동에 다달으고 나면, 바로 태평양이다. 우랄에서 태평양에 이르는 광 활한 대륙 시베리아는 오늘의 영토개념으로 ‘러시아의 아시아’이기도 했다. 그렇듯 유라시아 넓은 대륙을 무대로 한 『시베리아의 선사고고학』 이 출간되었다. 국내 학자들이 쓴 이 책은 학술서적이지만, 마치 미지 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같은 분위기마저 자아낸다. 러시아의 본격적인 시베리아 진출은 16세기 짐승가죽을 얻기 위한 탐험에서 비롯되었다 고 한다. 그리고 17세기 무렵 스텝지역의 고분들이 도굴을 당한다는 사 실과 함께 금은제 그릇 따위의 고고유물이 탐험가들로부터 러시아에 소개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도굴과 더불어 형성된 시베리아 고고학은 18세기 표트르 대제(大帝)의 명령으로 시베리아로 간 메세르쉬미드트 탐험대 활동(1729~1727년)이 기폭제로 작용했다. 탐험대는 예니세이강을 거슬러 올라가 레나강 지류를 거쳐 이르쿠츠크 까지 가면서 바위그림들을 찾아냈고, 실제 고분을 발굴했다는 사실을 이 책은 들추어 냈다. 그 이후 밀레르의 탐사(1733~43년)등이 이루어 졌고, 오늘의 시베리아 고고학으로 발전한 시기는 1960년대부터로 보 고 있다. 초원의 길에 활짝 핀 선사문화 제목에서도 나타나는 것처럼 구석기시대부터 초기철기시대에 이르는 시베리아의 선사시대(先史時代)를 다룬 고고학 개설서다. 옛 소련부터 가장 활발하게 연구되었던 구석기시대 유적으로 알타이지역의 데니소 바 동굴에 먼저 무게를 실었다. 이 동굴 맨 아래층인 22층에서 최근 나 온 무스테리안과 르발루아 기법을 지닌 무스테리안기 이전의 석기를 주목했다. 발열광측정법(TL-dating)에 따른 연대층적에서 28만2000년 이라는 절대연대가 나와 세계적으로 연대가 가장 높게 올라가는 중기 구석기유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아무르강 지류인 부레야강 기슭의 단구(段丘)에서 나온 후기구석기시대의 세형몸돌은 극동을 비롯 몽골, 중국, 일본, 북미대륙, 한반도 등의 지역을 하나의 선사공동체(先史共 同體)로 묶는 자료로 평가했다. 그 밖에 알타이 지역의 아누이, 우스 띠-까라꼴, 까민나야 동굴유적을 다루었다. 시베리아의 이른 신석기시대는 기원전 10000년 전에 시작되었다. 수추 섬을 중심으로 한 아무르강가 유역과 바이칼 지역의 신석기문화인 데, 구석기시대에서 신석기로 넘어오는 과도기의 유적이라는 것이다. 그 들 지역의 신석기 문화는 한반도 동해안과 일본에도 존재했을 가능성 이 있는 것으로 보았다. 특히 한반도 동해안인 강원도 양양 오산리(鰲 山里)와 제주도 환경면 고산리(高山里) 유적은 연대가 약간 늦지만, 바 이칼호 이웃의 우스띠 까렌가 유적과 어떤 연관의 고리를 맺었을 것으 로 추정했다. 그것을 증거하는 유물은 돋을무늬토기(隆起 文土器)다. 시베리아에서는 8000~9000년을 전후로 한 시기에 그로마뚜 유적 등에 서 돋을무늬토기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빗살문토 기(櫛文土器)의 전통을 일찍 북유럽에서 찾았던 일본인 학자들의 시각 도 비판했다. 그러면서 북위 55도선을 잇는 혼북극(　北極)지역 신석기 시대 유적에서 빗살문토기가 많이 나온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시베리아에서 청동기시대의 특징적인 유적이 발견된 지역은 에니세이 강 상류의 미누신스크분지를 비롯 서시베리아와 우코크 지역을 중심으 로 한 알타이 전역이다. 그 지역에는 시베리아 청동기의 기원과 발전 을 밝히는 여러 갈래의 문화가 있다는 것이다. 그 기원은 아파나시에보 문화(기원전 3000~2000년), 발전기는 안드로보문화(기원전 1000~700 년)다. 우리 학계는 흔히 한반도 청동기문화의 원류를 카라숙문화나 따 가르문화(기원전 700~1000년)에 나타나는 청동거울과 청동검에서 찾 았다고 한다. 그런데 청동거울의 꼭지와 무늬가 다를 뿐 아니라 청동검 의 경우 시베리아에서는 비파형이 출토되지 않기 때문에 쉽게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예니세이강 상류와 우코크 등지의 바위그림은 울주군 두동면 천전리 등 한반도 암각화 유적과 상응하는 것으로 보았 다. 스키토-시베리아문화와 한반도 시베리아 초기철기시대 대표 유적은 서·남부에 널리 분포한 쿠르칸이 다. 봉분을 갖춘 돌무지덧널무덤(積石木槨墳)인 쿠르칸은 스키타이문 화를 고스란히 간직한 유적으로 수 천기가 발견되었다. 산지 알타이의 파지릭문화와 미누신스크 분지의 따가르문화가 그것이다. 군사활동과 떠돌이로 짐승을 키운 유목생활·사냥 따위의 흔적이 강한 무기류와 말 갖춤, 동물모양의 장식품이 쿠르칸에서 나온다. 그들 스키타이 사람들 이 살았던 시기는 기원전 7~3세기에 이르는 시기였지만, 기본적인 생 활도구와 무기류는 여전히 청동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들의 활동무 대는 흑해연안과 우크라이나에서 만주지역에 이르는 초원이었다. 그래 서 이책은 스키타이문화를 스키토-시베리아로 압축하고, 한반도와의 연관성도 살피고 있다. 신라의 돌무지덧널무덤에서 스키토-시베리아와 의 유사성이 보이기는 하지만, 그 결론은 단선(單線)의 전파가 아니라 는 것이다. 더구나 신라 돌무지덧널무덤과 스키타이 쿠르칸사이에는 1000년의 시차가 난다. 그럼에도 유사성을 보이는 까닭은 무엇인가. 이 동과 역이동을 통한 상호보류의 문화현상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 이 책을 지은 서울대 최몽룡(崔夢龍)교수는 일찍부터 시베리아 고고학 계와 학문적으로 교류한 중견 고고학자다. 또 함께 참여한 목표대 이헌 종(李憲宗)교수와 부산대 강인욱(姜仁旭)박사는 시베리아 고고민족학 연구소에서 고고학으로 국가박사 학위를 받았다. 시베리아 고고학의 정수를 내포한 학술서적으로 높이 평가되는 것도 지은이들의 그같은 저력 때문일 것이다. - 차례 - I. 시베리아의 지리환경과 고고학의 형성 1. 고고학계에서의 시베리아 지역구분 2. 시베리아의 자연환경과 고고학 3. 시베리아 고고학 연구사 ⑴ 제정러시아시대 ⑵ 소비에트 시기~현재(1920년대 이후) Ⅱ. 구석기시대 1. 시베리아 구석기연구사 2. 문화적 성격 ⑴ 전기 구석기시대 ⑵ 중기 구석기시대 ⑶ 후기 구석기시대 3. 신석기시대로의 이행과정과 신석기문화의 등장 Ⅲ. 신석기시대 1. 신석기시대의 연구사 2. 시베리아의 신석기시대 ⑴ 동부 자우랄과 서·남부 시베리아 ⑵ 동부 시베리아 -프리바이칼지역- ⑶ 동부 시베리아 -자바이칼지역- ⑷ 동북시베리아 -야쿠츠크지역- 3. 극동지역의 신석기시대 ⑴ 아무르강 하류지역 ⑵ 아무르강 중류지역 ⑶ 연해주지역 ⑷ 사할린지역 ⑸ 극동신석기시대의 문화성격 Ⅳ. 청동기시대 1. 남부 및 서부 시베리아의 청동기시대 2. 동석기시대~초기 청동기시대(기원전3,000년~2,500년) ⑴ 남시베리아의 아파나시에보문화 ⑵ 서시베리아의 삼림초원지대 3. 중기 청동기시대(기원전2,500년~1,300년경) ⑴ 남시베리아 ⑵ 서시베리아 삼림 -초원지역의 중기청동기시대- 3. 후기 청동기시대 ⑴ 카라숙문화 ⑵ 이르멘문화 : 기원전 2,000년기 오브-이르뜨이쉬지역 ⑶ 옴스크지역의 수즈군문화 ⑷ 청동기 - 초기 철기시대 전환기 4. 바이칼(동부 시베리아)의 청동기시대 ⑴ 동석기시대 -글라즈꼬보문화- ⑵ 초기 청동기문화 ⑶ 후기 청동기문화 -판석묘문화- : 초기 판석묘문화 유형인 드보르쪼 이문화의 발견 ⑷ 동시베리아 삼림 및 툰드라지역의 청동기시대 ⑸ 후기 청동기시대의 거석물 : 사슴돌(=鹿石, Stag stone) 5. 연해주의 청동기시대 ⑴ 시니 가이문화(=하린문화, 靑林子文化) ⑵ 마르가리또프카문화(=프후순문화) ⑶ 리도프까문화 ⑷ 아무르 연안의 청동기시대 유적지 Ⅴ. 초기 철기시대 (후기 유목민의 시대) 1. 시베리아의 초기 철기시대 : 스키토-시베리아유형의 등장 ⑴ 스키토 -시베리아유형에 관한 개설- 2. 서부 시베리아의 초기 철기시대문화 ⑴ 자우랄-서부 시베리아 평원의 사르가뜨문화 ⑵ 서부 시베리아 북부지역의 노보체끼노문화 ⑶ 프리옵 상류지역의 볼쉐레첸스까야문화 ⑷ 삼림스텝지역의 꿀라이문화 ⑸ 평지 알타이지역의 까멘스까이야문화 3. 남부 시베리아의 초기 철기시대 ⑴ 알타이의 파지릭문화 ⑵ 투바의 스키토-시베리아유형인 사글리문화 ⑶ 남시베리아 미누신스크 분지의 따가르문화 ⑷ 자바이칼의 판석묘문화 4. 극동지역 ⑴ 아무르지역의 초기 철기시대 ⑵ 연해주의 철기시대 VI. 고고학으로 본 한국과 시베리아 1. 연구사적 검토 2. 두 지역의 시대별 관련성 검토 ⑴ 구석기시대 ⑵ 신석기시대 ⑶ 청동기시대 ⑷ 초기 철기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