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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중국 정사의 고구려 인식

2008-10-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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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중국 정사의 고구려 인식

(이정자 저, 신국판 양장, B5 206쪽, 12,000원
ISBN: 978-89-6062-028-5)



최근 高句麗와 中國에서 세워진 왕조 사이의 관계 설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 핵심은 고구려가 중원왕조의 일부였는가, 아니면 독립국가였는가에 있다. 이 문제는 단순히 고구려사에 대한 이해를 넘어서, 한국사․중국사를 포함한 동북아시아사 전체의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있다고 하겠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 한국과 중국의 학계는 상반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본고에서는 양국 학계의 인식 차이의 근본적 원인을 중국정사를 비롯한 사료에서 찾아보았다. 中華思想에 입각하여 서술된 중국 고대 사서에는 당시의 세계관과 관념 내지는 명분이 개입되어, 관념과 역사적 사실 사이에 괴리가 뚜렷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관념과 사실의 괴리는 곧 사실에 대한 이중적 인식으로 연결되며, 사료에 반영된 이중적 인식이 후대의 역사 인식에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따라서 무의미한 인식의 평행선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관념과 실제의 명확한 구분을 통하여 사료의 특성을 파악하는 작업이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본고의 중점 주제인 중국의 고구려사 인식에 대한 기록은 고구려의 비중을 반영하듯, 비교적 많은 양의 사료가 남아 있다. 고구려인들에 의해 기록되고 남겨진 자료가 극히 적고, 󰡔三國史記󰡕와 󰡔三國遺事󰡕가 시기적으로 훨씬 후대에 이루어진 것이고, 또 상당부분 중국의 사서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에서 중국의 사서는 사료적 가치에 있어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하겠다.

중국 사서에 나타난 고구려에 관한 기록은 다른 문헌에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주로 정사에 집중되어 나타난다. 국가권력의 입장에서 정리된 가장 대표적인 사서인 '正史'는 자료의 권위와 사실성에 대한 신뢰의 근거가 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중화 중심의 세계체제와 질서를 구성한다는 관념과 인식이 크게 투영되어 있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특히 外夷 혹은 외국의 列傳으로 등재된 내용은 더욱 그러하다. 그에 비해 본기나 다른 열전에 나타난 내용들은 비교적 실제적인 역사적 사실을 반영한다 할 수 있다.

본고는 중국사서에 나타난 고구려에 관한 기록에 있어서 관념과 현실의 이중성을 논증하는 것이므로 자료도 일단은 중국 측 사서가 기본이 된다고 하겠다. 결국 정사의 이념성과 역사적 사실을 구별하여 실제 사실에 대한 기록을 추적해 가는 방법으로 역사적 사실을 확인하였다. 특히 중국사서의 고구려관계기사와 󰡔삼국사기󰡕 기록의 비교․검토를 통하여 관념적인 인식이 어떠하였냐는 것보다 독립적인 외교권과 군사권과 같은 실질적인 기준에 의한 현실적인 관계가 어떠하였는지를 밝혀보고자 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중국 사서에 나타난 고구려 관계기사에는 관념과 현실의 괴리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고구려는 중국제국의 신하’라는 전제를 놓고 서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반하는 고구려의 행동도 기록되어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중국정사에는 사료 속의 모순이 극심하게 나타난다.

이렇게 모순된 서술이 나타나게 된 원인은 중화주의적 세계관에서 파생된 관념과, 동양의 전통적인 編史 원칙인 ‘述而不作의 원칙’이 충돌한 결과라고 보았다. 이와 같은 사료의 경향을 감안하지 않고 관념으로 윤색된 내용으로 역사를 복원하려 한다면 왜곡된 역사상의 재생산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최근 중국학계에서 고구려-중원왕조의 관계를 신속관계라고 주장하는 근본적 원인은 사료 자체가 이중적으로 서술되어 있음에도 사료에 나타난 실질적 사실을 무시해버린 채, 중화주의적 관념에 입각한 서술만 선택적으로 취합․편집해서 연구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상에서 중국사서는 중화사상에 의한 관념적 서술과 실제 역사적 사실이 씨실과 날실처럼 혼합․직조된 이중적 서술로 일관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이러한 사실을 염두에 두고 평형감각을 유지하여 합리적인 해석을 위하여 노력할 때, 고구려-중원왕조 관계의 실체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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