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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행본

한국 고대 사국의 국경선

2008-11-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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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고대 사국의 국경선』

(김태식,양기석,강종훈,이동희,조효식,송기호,이근우 지음, B5, 298쪽, 18,000원)

978-89-6062-035-3  93900


역사지도는 한 시대의 세력 분포를 한 눈에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이 문제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 성과가 부족하다는 점은 아쉬운 일이다. 그런데 이번에 한국 고대 사국의 국경선 문제에 중점을 둔 역사지리 공동 연구 단행본이 발간되었다. 고대 역사지도에 한정된 것이지만, 이 공동 연구에는 우리 학계의 중진 및 신진 연구자들이 골고루 참여하였다. 우리 학계에서 이러한 연구는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


5세기 후반의 한국 고대 정치 세력으로는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가 있으나, 그들 사이의 세력판도가 정확하게 어디까지인가를 시원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리고 어느 한 개인의 견해는, 그것이 학계에서 어느 정도의 신뢰성을 가지고 있는지 일반인이나 학생들은 알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는 한국의 역사학계 전반이 참여하여 대다수의 공감을 가지는 공동 연구 형태로 연구될 필요성이 있다. 이는 매우 많은 연구 인력과 오랜 기간을 필요로 하는 국가적 사업이어야 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느끼고 이번에 몇 명의 연구자들이 모여서 고대 시기의 영토 문제를 공동 연구로 풀어보려고 하였다. 그리하여 출판된 『한국 고대 사국의 국경선』은 5세기 후반의 한반도 상황을 검토하는 것에 머물렀지만, 이것만으로도 기존 역사지도들의 문제점은 충분히 알게 되었다. 이 분야는 역사교과서에서 ‘고구려의 최대판도’라는 제목으로 그려지는 지도이지만, 그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고구려와 백제 사이의 국경선, 고구려와 신라 사이의 국경선, 백제와 가야 사이의 국경선, 가야와 신라 사이의 국경선, 그리고 고구려의 북방 경계선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논쟁이 없는 곳이 없었다. 또한 일본 역사교과서 지도의 분석 연구는 이 주제와도 긴밀한 연관이 있는 것이었기 때문에, 본서에 공동 게재하였다.


이번 연구의 결과에 의하면, 기존에 유포된 5세기 후반 역사지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고구려의 영토가 지나치게 크게 그려져 있다는 점이다. 그 지도가 사실이라면 좋은 일이겠으나, 별다른 근거도 없이 고구려의 영토만 크게 그려져 있다는 것은 문제가 된다. 이는 국제관계에서 문제가 될 수도 있고,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후세들의 합리적 역사 인식의 성장을 훼손하는 일이다. 우선 고구려의 북방 경계선이 중국의 요령성과 길림성 및 흑룡강성까지 거의 모두 포괄하도록 그려져 있는 것은 문제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중국 북방의 대부분의 새외민족들은 갑자기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설명하기 어렵다. 이번 연구 성과에 의하면 고구려의 북방 경계선은, 흑룡강성을 제외하고 요령성의 절반과 길림성의 절반 정도를 포괄하는 것으로 축소되어야 한다.


또한 일반적으로 고구려의 남방 경계선이 충남 아산만부터 경북 영덕까지 포함하는 선이었다고 알려진 것도 과도하다고 추정되었다. 이것은 <<삼국사기>> 지리지 신라조에 원래 고구려의 군현이었다고 나오는 군현들을 모두 포괄한 데서 나온 연구 결과이나, 충분한 고증이 뒷받침된 것은 아니었다. 그리하여 이번 연구에서는 지리지의 표기를 그대로 따르지 않고 <<삼국사기>>의 본기 기록들과 고고학적 발굴 자료들을 종합한 최근 연구 성과를 종합하였다. 그 결과 고구려와 백제의 국경선은 대체로 경기도와 충청남도의 경계선에 따라 나뉘나, 충청북도 일대는 대부분 고구려의 영역에 속하였다고 보았다. 또한 고구려의 최대 영역은 신라 쪽으로는 소백산맥을 넘지 못했으며, 482년 당시에는 강릉 지방까지 신라에 속해 있었다고 결론지었다.


한편 이 당시 가야의 영역은 대체로 서쪽으로 지나치게 축소되어 있었다고 판명되었다. 보통의 개설서에 보이는 역사지도에서 한국측의 것은 가야의 서쪽 경계선을 소백산맥으로 상정하고, 그와 반대로 일본측의 것은 이른바 ‘임나’의 영역이 전라남북도를 모두 포괄하고 충남 남부 일대까지 포괄하는 식으로 과다하게 그려져 있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는 문헌적인 연구 성과들과 최근의 고고학적 발굴 자료에서 5세기 후반 가야계통 토기들이 출토된 곳들을 망라하여, 가야의 서쪽 경계선이 전라남도와 전라북도의 동쪽 절반을 포괄했다고 추정하였다. 이로 인하여 가야의 영역이 예상보다 넓었다는 점이 부각됨으로써, 한국 고대사가 삼국시대에 머무르지 않고 진정한 사국시대를 연출하고 있었다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모든 결론들이 어떻게 조성되었는가에 대하여, 이번 저서의 공동 연구자들은 관련 연구사와 근거 자료들을 조목조목 제시하였다. 이번 공동 연구에 의한 저서가 역사지도 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와 논쟁을 촉발시키기를 바란다. 더 나아가 앞으로 역사지도에 대하여 학계 전반을 포괄하는 국가적인 연구가 진행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적어도 5세기 후반 한국 고대 사국의 국경선에 관련한 역사지도들은 앞으로 우리의 연구 성과를 반영하여 수정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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