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소개- 『임진-한탄강 유역 구석기 연구』(2023)

이 책은 저자가 학부 시절부터 유학 및 전문 연구자의 길을 걷는 지난 35년 동안 꾸준하게 고민하고 답을 찾아 온 임진-한탄강 유역 구석기의 본질적 성격에 대한 중간 보고서다. 저자가 스스로 수습한 실물 고고자료를 중심으로 유물의 ‘인식’과 ‘기술’을 거쳐, 이러한 유물의 성격을 자아낸 요인을 ‘설명’하고 이러한 고고현상에 내재하는 의미를 ‘해석’하는 네 가지 단계를 명료하게 담아냈다.

이 책은 구석기시대의 고인류를 네 발 달린 동물보다 약간 더 영특한 생물로 받아들이는 진화생태학적 원칙을 고수한다. 석기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 빼고는 별로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딱히 복잡한 것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살던, 간신히 짐승을 벗어난 수준의 생계를 영위하던 생물들이 남긴 흔적을 다루기 위해서는 정교하고 엄격한 의미부여 작업이 필요하다. 이에 저자는 구석기시대의 고고자료를 그 자체로만 파악할 뿐 ‘한민족의 조상’이 남긴 ‘유구한 역사의 고대 문화유산’ 같은 감정적인 가치 부여를 지양한다. 대신 ‘분석’과 ‘맥락화’라는 두 가지 작업을 통해 자료가 가지는 구체적 배경을 최대한 드러냄으로써 한반도 고인류의 본질에 한 걸음 더 다가간다. 또한 치밀한 분석과 신중한 맥락화 작업을 거치면 단순한 고고자료로도 객관적이고 상세한 내러티브가 가능하다는 것을 실제로 보여 준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지난 40년 동안 이 지역 구석기 연구의 유사과학적인 접근들을 엄정하게 비판하며 극복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과학으로서의 고고학에만 머무르지 않고 다수가 수긍하고 공감할 수 있는 ‘올바른 고고학’을 추구했다는 성과를 간직하고 있다.